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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치매 명의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unamaster
  • 2017-09-01 17:35 조회 : 997, 추천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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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하는 종이 울리자,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시간 동안 숨소리만 들리던 강의장이 아쉬움과 후회로 가득 찼다.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열린 ‘치매 예방능력고사’가 방금 끝났다. 

40대부터 70대까지 남녀 수험생 50여 명이 1인용 상을 놓고 양반다리로 문제를 푸는 모습은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을 보는 듯했다.

 

찌푸려진 미간, 정답을 써내려가는 손길에는 

수능시험 고사장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흘렀다. 시험지가 거둬지고 채점을 하는 동안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9·뇌신경센터장)가 강연자로 나섰다. 첫 인사는 ‘시험 보니까 제가 원망스럽죠?’였다. 

’저도 어렵더라고요. 60점 맞았어요’라는 위로도 이어졌다. 나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이 시험의 교과서인 ‘뇌미인 트레이닝’이라는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치매예방능력고사 출제위원장인 셈이다. 그는 외래 예약 후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치매 명의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다. 

”제가 진료실에서 매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환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제 앞에 앉아 있어요. 환자 상태를 설명할 때마다 뒷자리에 앉은 예쁜 딸이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갑자기 애가 우니까 환자는 어리둥절한 거예요. ‘너 왜 우니?’ 그러면 딸은 더 울고, 보는 저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런 조기 발현 환자들은 대부분 50·60대고, 더 젊은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이분들만큼은 꼭 고치자, 어떻게든 한번 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나 교수는 ‘나도 그렇다’는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공감대를 만든 뒤 ‘제가 시키는 대로 할 거죠?’라고 묻고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으며 근육을 키우듯, 뇌도 열심히 훈련하면 건강해지고 근육이 생긴다. 술·담배 끊고 꾸준히 운동하고 식사 조절하며 체중을 줄여라. ‘바른 생활’을 권하는 여느 의사들의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의 강의에는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5년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서는 비장한 각오마저 느껴졌다.

”제가 목숨 걸고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드는 게 목표인데 앞으로 5년, 길게는 10년 안에 치료제가 나올 겁니다. 저뿐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그때까지 뇌 잘 관리하면서 버티실 수 있죠? 오늘 말씀드린 진인사대천명,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이날 개최된 ‘제1회 뇌미인 테스트’는 정목스님과 김재진 시인이 이끄는 명상 및 마음공부 전문유나방송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신과 전문의인 아내 채인영 박사(생각과 느낌 클리닉 원장)와 딸 희지 씨도 나와 진행을 도왔다. 나 교수 가족은 치매 예방활동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환자들 돌보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부부 대신 남매를 키우고, 29년을 함께 살았던 나 교수의 장모가 11년간 치매를 앓다가 작년 가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10년 넘게 편찮으신 장모님을 모시면서 ‘치매는 보호자병’이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책을 쓸 때나 진료할 때 항상 내 이야기를 먼저 하는데, 장모님 모신 경험을 보호자들과 소통하며 실제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예방능력고사 현장 같다. 수험생들의 열의가 놀랍다.

▷생각보다 많이 오셔서 저도 놀랐다. 그만큼 치매가 두렵고 예방하고 싶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 지방에서 몇 시간 기차 타고 오면서 공부한 분도 있고, 한 시간 전에 와서 최종 점검한 분도 있다. 오늘은 시범적으로 ‘뇌미인 트레이닝’ 책 속 문제와 똑같이 출제했고 수기로 채점해서 연령대별 장원을 뽑았다. 앞으로 정규 테스트로 만들고 태블릿PC로 시험을 봐서 바로 점수까지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뇌미인 트레이닝 학습지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다음달쯤 출시할 예정이다. 더 많은 분들이 공부하고 활용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름 뒤집어 쓰기, 4의 배수 골라 색칠하기, 초성으로 단어 맞히기 등 문제가 어려운데.

▷뇌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하는 문제들이다. ‘ㄷㅊ’으로 된 단어를 계속 떠올려 봐라. 생각나는 단어로 삼행시, 사행시를 지어봐라.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측두엽 아래에 명사 저장소가 있다. 정답을 생각하는 동안 뇌의 여러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저장소를 왔다 갔다 한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일수록 정확하게 듣고 외우는 습관을 들여라. 이것도 중요한 치매 예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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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사춘기 이후로 안 바뀌는 것 아닌가. 공부하면 바뀌나.


▷바뀐다. 의학적으로는 뇌유연성(brain plasticity)이라고 한다. 저희가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와 연구한 것이 있는데, 키스트가 개발한 로봇에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입력한 다음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루 90분, 주 5회, 3개월간 공부를 시켰다. 로봇이 수학 문제를 내고, 노래를 부르다가 다음 가사를 이어부르게 하고, 규칙적인 격자 무늬의 다음 궤적을 그리게 하는 식이다. 그랬더니 3개월 만에 뇌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한 만큼 ‘근육’이 생긴 것이다. 

―현실은 뇌 훈련보다 고스톱 치는 분들이 많은데.

▷고스톱도 효과가 없지 않지만, 앞쪽 뇌를 더 자극하는 취미를 추천한다. 독서나 글쓰기, 악기와 외국어 배우기, 그림 그리기 등이다. 꿈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TV만 보면서 “올해 목표, 이달 목표가 뭡니까?”라는 질문에 10초 동안 대답을 못하면 당신의 뇌는 죽은 것이다. 당장 TV를 끄고 다음주 계획을 세우고,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라. 올해나 내년쯤 유럽여행을 목표로 하는 건 어떨까? 유럽 지도를 출력해서 어느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수도를 짝지어 외우고, 그 나라 동전으로 계산해 보자. 19단 구구단 표를 만들고 짬날 때마다 외워라. 걸을 때도, 화장실 가서도 외워야 한다.

―꾸준히 훈련하면 치매 진행도 느려지나.

▷치매는 뇌의 혈액 공급 문제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매로 나뉜다.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라는 잘못된 단백질이 뇌 피질에 쌓여서 신경세포를 죽이는 병이다. 평소 뇌를 골고루 발달시켜 두껍게 만들어놓으면, 똑같이 아밀로이드가 쌓여도 진행을 5~10년 늦출 수가 있다. 그 엄청난 시간을 벌 수 있고 인생이 달라지는데, 이래도 공부 안 하시겠는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초까지 집계된 전국의 치매 환자는 72만5000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10.2%에 달한다. 치매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 2020년에는 84만명에 달하고, 관리 비용은 1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며 ‘진인사대천명’을 제안했는데.

▷술·담배와 비만이 제일 문제다. 특히 과체중은 10㎏, 20㎏짜리 배낭을 24시간 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자녀가 무거운 가방을 24시간 메고 있으면 뭐라고 하나. 당장 내려놓으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자기 체중 5㎏ 빼자고 하면 많이 힘들어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없어지고 무릎이나 허리도 덜 아픈데도 말이다. 무작정 굶자는 게 아니다. 배고프면 인생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나? 먼저 건강한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천천히 밥을 먹는 식으로 습관을 바꾸면 된다. 떡이나 빵,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은 먹으면 억울한 일이 생긴다. 영양소는 없으면서 쓸데없이 뚱뚱하게 만드니까 주말에 한 번 혹은 한달에 한 번 조금만 먹자고 생각하자. 그리고 TV 볼 때나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약간 땀나고 힘든 느낌이 들 정도로 운동을 하자. 몸통의 앞근육과 뒷근육을 골고루 강화시켜주는 운동을 하라.(나 교수가 제안하는 치매 예방법 ‘진인사대천명’은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긍정적 사고 많이 하고, 대뇌활동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는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스마트폰도 안 쓸 것 같은데.

▷스마트폰은 영어공부 등에 잘 쓰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하지 않지만, 환자 자료를 볼 때나 이메일 확인하기 편리하고 유용하다. EBS 영어나 네이버 영어사전, 영어 동영상 보기, 구글 지도 등도 좋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10시 30분쯤 잠들어 오전 4시 40분에 일어나고, 5시 15분이면 집을 나선다. 차를 몰고 운동 가면서 오늘 할 이야기를 생각했다가 전화영어를 하고, 약간 헉헉거릴 정도로 수영과 운동을 한다. 아침은 사과 한 쪽과 베이글 등으로 차 안에서 간단히 먹고 EBS 영어를 들으며 출근한다. 병원에서는 진료하고 연구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바쁜 와중에 치매 예방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치료제 개발할 시간을 벌려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1995년부터 치매 환자를 봤다. 2007년까지 12년간 기억장애클리닉을 만들어 죽어라 진단에 집중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인지기능 검사 도구도 만들고, 진단 수준은 세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단을 정확히 해도 치료방법이 없었다. 특히 젊은 치매환자들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3명은 60대 미만이고 40대, 심지어 33세 환자도 있다. 이런 젊은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열심히 치매 치료제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치매 진행을 늦출 방법을 고민하다 인지훈련으로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뇌미인 트레이닝’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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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 속에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 애들이 있는지 아세요?” 나덕렬 교수가 3D로 촬영한 컬러 뇌지도 앞에서 뇌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5년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울컥했다. 구하러 올 테니 믿어 달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5년 내에 1차 결론이 나올 것이고, 길게 보면 10년이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어 마음이 급한데, 연구비가 발목을 잡는다. 전 세계 제약사와 연구자들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에 선수를 빼앗길까 봐 걱정도 된다. 외국에서 먼저 개발되면 우리 환자들이 비싼 비용을 내고 사다가 써야 하니까. 2년 전 학회에 갔다가 지자체 예산 몇 백억 원이 어디에 쓰인다는 안내문구를 봤다. ‘저 돈이면 세계 최초 치매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나 교수의 목소리가 문득 쓸쓸했다. 정부가 내놓은 ‘치매 국가 책임제’는 이미 발병한 환자의 돌봄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치매치료제 개발도 줄줄이 실패했는데.

▷치매 치료가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저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뇌에 줄기세포를 반복 투여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꿈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인 메디포스트, 3D 뇌지도 분석과 인지훈련 도구를 만드는 마이다스아이티, 투여 장비를 개발 중인 서한케어 등과 연구하고 있다. 내가 맞아도 괜찮은 치료제를 개발해서 세계 연구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영어로 발표하고 싶다(나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병원발전후원회가 만든 치매연구기금 등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기금에는 나 교수 진료를 받은 환자, 보호자들과 치매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소액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장모님 치매 증상을 가장 먼저 알았을 텐데.

▷2005년에 병원 연구를 하면서 장모님을 정상대조군에 넣어 인지기능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이상했다. 그때부터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7~8년 후 이런 증상을 보이실 것이다. 이렇게 준비하자’고 향후 병의 진행 상황과 대처법을 알려줬다. 저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이실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이 치매가 두렵고 불안한 건 몰라서 그런 거구나, 알면 덜 불안하겠구나. 그래서 많이 알리려고 책을 쓰고 강연도 하고, 예방을 위해 뇌운동하고 건강관리하자고 열심히 뛰어다니게 됐다.

―보호자로서 어떻게 대했는지 궁금하다.

▷소위 말하는 ‘예쁜 치매’셨다. ‘혹시 내가 갚을 돈이 있던가’ 물으신다거나, 아침에 곱게 단장하시고 ‘나 학교 가야 하는데 데려다 줄 수 있어?’ 하셨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천성이 깔끔한 성격이다보니 대소변 관리가 힘들었다. 간병인이 바지를 벗기려고 하면 포악해졌다. 그럼 제가 방에 들어가서 물을 막 뿌리고 ‘아이고 바지에 물 묻었네요. 갈아입읍시다’ 이렇게 유도했다. 집 망상도 있었다. 우리집이랑 많이 닮긴 했는데 아니라고, 집에 데려다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 기분이 좋을 때 ‘어떤 분이 자기 집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하면서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대답을 유도하니까 좀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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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미 알고 있던 증상도 달리 보였을 것 같은데.


▷장모님 모시던 경험을 보호자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줬다. 치매 환자들의 흔한 망상 중에 도둑 망상이 있다. 갑자기 도둑을 맞았다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심리를 말한다. 통장이나 지갑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없어졌다면서 열심히 찾다가, 못 찾으면 가까운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이는 본능적인 상실감 때문이다. 그럴 땐 ‘우리가 끝까지 모신다. 돈도 많고 집도 크고 형편이 넉넉하니 걱정마시라’고 자꾸 세뇌를 하면 그냥 웃으면서도 안심하시는 것 같았다. 본능적 불안이 사라지는 것이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부모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유심히 들어보라. 구체적인 단어로 명확하게 답하는지 봐라. 아내가 장모님께 ‘엄마, 이게 무슨 색이지?’라고 물으니까 평소에는 칼같이 대답하던 분이 ‘넌 무슨 색이라고 생각하니?’라며 되묻더라. 자기가 모른다는 걸 숨기고 싶은 사람의 반응이다.

―예쁜 치매여도 11년 동안 간병하는 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장모님이 교사 출신이고, 똑똑하고 예의바른 분이었다. 아이들 키워주시면서 29년을 함께 살았는데 ‘우리 사위는 틀림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래서인지 치매에 걸리신 후에도 제가 하는 말은 다 믿으시더라. 장모님이 딸만 셋인데, 아내와 처제들도 역할 분담하면서 잘 간병했다. 계속 모시고 살다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대소변 가리기가 힘들어진 2013년 11월에 요양원으로 모셨다. 치매가 아니었다면 좋은 말씀 해주고 가셨을 텐데, 치매가 망가뜨린 장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아내 채인영 박사는 11년간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일사분란하게 간병하면서 우애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두 동생들이 형부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요양원으로 모신 후에도 세 자매가 매주 찾아뵈면서 요리와 마사지, 비용 문제 등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한 덕분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요양원에 모시는 걸 망설인다.

▷저희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발병 초기부터 몇 년 동안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다. 치매는 ‘보호자병’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간병하다보면 수도 없이 위기가 찾아온다. 그럴 땐 ‘다 같이 무너지면 끝’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환자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거나, 사람을 못 알아본다거나,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지면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겠다고 생각해야 한다(채 박사는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 것에 여전히 죄책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해야 다른 이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며 보호자들에게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꼭 전문기관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모든 이들이 치매에 걸릴까 두려워하는데 선생님도 그러신지.

▷저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격이다. 우리 환자들이 하는 검사를 다 해본다. 정기적으로 MRI도 찍고 아밀로이드 뇌 PET 촬영도 하고, 심장 관상동맥 검사랑 치매 유전자 검사도 했다. 유전자 검사에서 제가 80대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3~4배인 위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일주일은 기분이 나쁘더라. 그렇지만 내가 이 병을 잘 안다,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환자를 만나면 나도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대신 아이들에게 언젠가 내 판단력이 흐려지면 다 내려놓으라고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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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인 채인영 박사는 나덕렬 교수가 치매에 걸린 장모를 모시던 일화를 들려주며 ‘같이 살면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살아온 두 사람은 앞으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꿈과 진정한 삶을 선물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책 ‘앞쪽형 인간’에서 전두엽을 우리 몸의 CEO에 비유한 것이 생각난다.


▷이마 부분 앞쪽 뇌인 전두엽은 총사령관이자 기획실이다. 여기에 불이 켜지면 뇌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다. 남의 이목을 계속 신경 쓰면서 볼거리와 외부 자극에 민감한 사람이 뒤쪽형 인간, 내 기준으로 계획하고 상상하면서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이 앞쪽형 인간이다. 뇌는 철저히 분업 중이기 때문에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좋지만, 앞쪽 뇌가 좋아하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유리하다.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명절부터 뒤쪽형 가족에서 앞쪽형 가족으로 바꿔보시라. TV를 끄고 가족끼리 올해 목표와 꿈 이야기를 해보자. 남편이나 아내의 간절한 꿈은 뭔지 물어보자.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왜 안 하냐고들 할 것이다.

―스몸비(스마트폰 좀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이 급격히 ‘뒤쪽형 인간’이 되는 것 아닌가.

▷요즘 아이들이 ‘뛰는 기쁨’을 모르고 자라는 것이 걱정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경험해서 좋았던 것으로 평생을 산다. 뇌를 발달시키려면 육체적 운동과도 친해져야 한다. 유산소와 걷기는 기본이고 근력운동을 충분히 하며,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자녀들을 많이 뛰게 하고, 그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해줘라. 앞쪽형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고 어떤 결정이든 잘했다고 칭찬해줘라. 우리 부부는 두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응원하려고 노력했다. 삶의 목적과 꿈이 생기니, 알아서 공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더라.

―뇌미인 트레이닝 문제에 아내 채 박사의 영향도 보이던데.

▷아내와는 서울대 의과대학 동기이자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했다. 나란히 앉아 공부하고 운동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다. 장모님 떠나시고 딸도 곧 출가하는데, 앞으로는 사람들 속으로 더 다가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저는 뇌미인 테스트를 키워서 치매 예방활동에 동기부여를 하고, ‘꿈 PD’인 채 박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자기만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나만의 인생,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마음 수양법이 있을까.

▷가장 좋은 명상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금 왜 행복할까, 왜 불행할까를 생각하다보면 가장 밑바닥에 ‘뿌리 생각’이 있다. 이 생각까지 내려가서 들여다봐야 해결책이 나온다. 세상은 그냥 바뀌지 않는다. 내가 바뀌어야 바뀐다. 내 마음(뇌)을 바꾸면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하게 되고,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바뀌면서 세상이 바뀌더라. 하나 더 덧붙인다면, 오늘 웃는 사람이 내일도 웃는다. 항상 오늘, 바로 지금 행복하기로 선택하시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덕렬 교수는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 뇌에 관한 강의를 듣던 중 어떤 힘에 이끌려 신경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대한민국 대표 치매 명의이자 세계적인 인지신경학자로, 외국 학술지에 인지신경학과 치매에 대한 논문을 300편 이상 게재했다. 환자 진료에도 힘써 주요 언론이 선정한 베스트닥터, 최고 의사로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바이엘임상의학상, 윤광열 의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앞쪽형 인간’ ‘뇌미인’ ‘뇌미인 트레이닝’ 등이 있다.  


  • 최상영  2017-09-01 21:28:23 

    ()()()

  • 광명화  2017-09-01 21:54:20 

    감사합니다~~~~
    너무도 좋은글 함께할수있어 감사합니다~~~

  • 손정금(수완나)  2017-09-02 00:25:17 

    고맙습니다^^

  • 송준숙  2017-09-02 16:48:44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동입니다.^^

  • 能仁行(정태순)  2017-09-02 17:08:33 

    고맙습니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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